감, 미 두 부인을 모시고 동령관을 넘은 관우는 낙양(洛陽)에 이르게 되었다.
무황성 낙양지부를 맡고 있는 자는 한복(韓福)이란 자로 동령관의 일을 보고받자마자 부하들을 소집했다.
"관우가 곧 이리로 올 텐데 어찌하면 좋겠느냐?"
맹탄(孟坦)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놈이 공수를 죽인 걸 보면 조대공을 배반하고 도망친 것이 틀림없습니다. 통과시켰다가는 죄를 면키 어려울 것입니다."
한복은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그럴 모르느냐? 하지만 안량과 문추를 단칼에 죽인 고수인데 무슨 수로 그 자를 막는단 말이냐?"
"제게 좋은 계책이 있습니다."
한복은 귀가 솔깃해져 물었다.
"무슨 계책이냐?"
"놈이 아무리 절대고수라고 해도 보이지 않는 암전(暗箭)까지 막아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관우는 한복과 맹탄이 계략을 꾸미고 있는 줄 까맣게 모른 채 무황성 낙양지부에 당도했다. 그가 수레를 몰고 언덕 위로 오르자 천여 명의 무사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거기 오는 분은 뉘시오?"
선두에서 말을 타고 있던 한복이 소리쳐 묻자 관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관우요. 이곳을 지나가게 해 주시오."
한복은 앞으로 나오며 물었다.
"조대공의 윤허는 받았소이까?"
*'관우는 똑같은 질문에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
"바빠서 받지 못했소."
한복의 입가에 냉소가 어렸다.
"그렇다면 통과할 수 없소이다."
관우는 노성을 발했다.
"동령관의 공수도 내 손에 죽었는데 너도 죽고 싶으냐!"
한복은 흠칫하며 외쳤다.
"저 놈을 죽여라!"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맹탄이 쌍도를 휘두르며 달려 나갔다. 그 사이 한복은 몸을 빼 무사들 사이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맹탄은 처음부터 관우와 끝까지 싸울 마음이 없었으므로 허초(虛招)로 일관하며 3초식을 연달아 날렸다. 하지만 관우가 누구인가. 그는 상대의 도법이 겉으로만 요란했지 아무런 위력도 없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일도를 날렸다.
"헉!"
태산 같은 도세가 밀려오자 맹탄은 다급성을 발하며 말머리를 돌려 내빼기 시작했다. 관우는 곧바로 그의 뒤를 추격했다.
여기까지는 맹탄의 계략대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는 중대한 점을 간과했으니, 관우가 타고 있는 말이 적토마라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적토마는 눈 깜빡할 사이에 그를 따라잡고 말았다. 관우가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눈부신 도광이 작렬했다.
"크아아악!"
맹탄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거꾸러졌다. 단칼에 목이 잘려버린 것이다. 관우는 말을 멈춘 후 주위를 돌아보았다. 낙양지부의 무사들은 그를 겹겹이 포위하고 있었다. 그는 낯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들을 둘러보았다. 무사들은 처음에는 기세가 등등했지만 그와 눈길이 마주치자 움찔하며 눈길을 피해버렸다.
무사들 사이에 숨어있던 한복이 은밀히 강궁을 당기고 있었다. 한복은 천여 명이 넘는 무리 속에 섞여 있었으므로 그를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대의 화살이 기척도 없이 날아갔다. 관우는 파공성을 감지하고 몸을 틀었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화살은 그의 왼팔에 적중되고 말았다.
"음!"
관우는 신음을 발하며 팔을 들어올렸다. 그는 이빨로 화살을 물고 뽑아냈다. 화살이 뽑히자 분수 같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으으......!"
무사들은 두려움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관우는 눈을 부릅뜬 채 그 자리에 한 바퀴 돌았다. 순간 무리 속에 숨어있던 한복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겁한 놈!"
관우는 한복을 향해 달려갔다.
"저, 저 놈을 막아라!"
한복은 기겁을 하며 외쳤지만 무사들은 썰물처럼 갈라지며 제 살길을 찾아 달아나기에 바빴다. 관우는 단숨에 달려가 청룡언월도를 휘둘렀다.
"으아악!"
한복은 머리부터 어깨까지 비스듬히 칼을 맞고 즉사하고 말았다.
무황성 기수관(沂水關) 지부장 변희(卞喜)는 유성추(流星鎚)의 달인으로 과거에는 천마교 출신이었으나 몇 년 전 조조에게 항복한 인물이었다. 그는 진국사(鎭國寺)에 200여 명의 살수(殺手)들을 매복시킨 후 관우를 기다렸다.
"어서 오십시오. 천하에 위명을 떨치는 관공을 뵙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관우는 생각지도 않았던 환대를 받고 의아했지만 냉랭하게 말했다.
"동령관의 공수와 낙양지부의 한복도 내 손에 죽었소. 그대가 길을 막는다면 마찬가지 신세가 될 것이오."
변희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공수나 한복은 관공께 무례를 범했으니 죽어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관공이 유대공을 찾아가는 것은 충의를 따르는 일이거늘 어찌 막을 수 있겠습니까? 이 일은 후에 조대공께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관우는 비로소 안색을 풀며 사의를 표했다.
"그대가 이해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오."
변희는 관우를 진국사로 모셨다. 관우도 더 이상 그를 의심하지 않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