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는 유비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관도로 접응하러 나왔다. 그런데 유비보다 한 발 앞서 돌아온 곽도와 심배가 그에게 고했다.
"이번에도 관우란 놈이 문공을 죽였습니다. 그런데도 유비는 모른척하고 있습니다."
"틀림없이 관우였습니다!"
원소는 그만 불같이 노했다.
"유비가 감히 이럴 수 있단 말이냐?"
원소는 유비가 돌아오자 수하들에게 명을 내려 포박한 후 단하에 무릎 꿇렸다. 유비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터라 초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에게 무슨 죄가 있기에 이러는 것입니까?"
원소는 노성을 질렀다.
"네놈이 두 번씩이나 아우를 시켜 내 수하를 죽이지 않았느냐? 또 무슨 할 말이 있단 말이냐?"
유비는 탄식하며 말했다.
"그럼 죽기 전에 한 마디만 드릴 테니 부디 귀를 열어 주시오."
원소는 어차피 죽을 놈이라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유언이나 들어보자."
"조조는 오래 전부터 이 사람을 꺼려해 왔기에 관우로 하여금 대공의 수하를 죽이게 한 것입니다. 대공께서 절 죽이면 정작 기뻐할 사람은 조조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원소는 눈썹을 부르르 떨었다. 잠시 후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현덕의 말이 백번 옳소."
그는 곽도와 심배를 꾸짖었다.
"너희들이 뭘 안다고 허튼 소리로 날 미혹하는 것이냐!"
원소는 유비를 단상으로 청해 위로해 주었다. 유비는 고개 숙여 겸양한 후 말했다.
"대공께 거듭 은혜를 입었으니 제가 어찌 가만히 있겠습니까? 아우에게 밀서를 보내면 오늘밤 안으로 달려올 것입니다. 그럼 함께 대공을 보좌해 조조를 쳐서 안량과 문추의 원수를 갚을까 합니다."
원소는 크게 기뻐했다.
"그리만 된다면 안량과 문추를 열 얻는 것보다도 낫지 않겠소?"
유비는 관우에게 보낼 편지를 썼지만 당장 보낼 사람이 마땅치 않아 좀더 기회를 두고 보기로 했다. 한편 원소는 두 번의 싸움에서 연달아 패해 타격을 입었으므로 무사들을 뒤로 물리고 더 나가 싸우려하지 않았다.
조조는 싸움이 장기화될 기미를 보이자 하후돈에게 지휘를 맡긴 후 일단 허도로 돌아왔다.
그는 연회를 열어 중인들을 모아놓고 관우의 공로를 치하했다. 모사들은 당시 조조가 행했던 작전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조조는 여건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때 내가 양곡을 호송하는 무사들을 앞세운 것은 적을 유인하는 계책이었는데 오직 순욱만이 알아차리더군."
여건은 얼굴을 벌겋게 붉힐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좌중에 술이 거나하게 돌면서 분위기가 무르익는데 안 좋은 소식이 들어왔다.
천마교의 잔당인 유벽과 공도란 자가 여남을 장악했다는 소식이었다. 여남을 지키던 조홍이 여러 차례 그들과 싸웠지만 패퇴하여 원병을 청해온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관우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불초가 여남으로 가 놈들을 소탕하겠습니다."
조조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도 큰 공을 세웠는데 어찌 또 수고를 끼치겠소?"
관우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본래 가만있으면 병이 나는 체질이니 허락해 주십시오."
조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관우에게 5만의 무사를 주고 우금, 악진을 좌우로 삼아 다음날 출병하도록 했다. 운장이 집으로 돌아가자 순욱이 은밀하게 조조에게 간했다.
"운장은 자나 깨나 유비에게 돌아갈 생각만 하는데 그의 소식을 알면 당장 떠날 것입니다. 그러니 출정시키기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조조도 그 점이 걱정이었다.
"이번에 돌아오면 다시는 내보내지 않을 생각이네."
관우는 여남에 도착한 후 수하들에게 현지 사정을 알아보도록 했다. 그런데 얼마 후 첩자로 보이는 두 명을 생포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관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두 사람 중 한 명이 다름 아닌 손건이었던 것이다. 그는 주위를 물리친 후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오?"
손건은 그간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서주가 조조의 손에 떨어진 후 여기저기 떠돌게 되었소이다. 그러던 중 유벽을 만나 의탁하게 되었지요. 한데 관공은 어째서 조조와 함께 있는 것입니까? 감부인과 미부인은 어찌 되셨소?"
관우는 그동안의 일들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손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된 것이었군요. 주공께서는 지금 원소에게 가 계십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시라도 빨리 뵙고 싶지만 그동안 사정이 여의치 못했습니다. 마침 유벽과 공도가 원소에게 귀순하여 함께 조조를 치려하기에 제가 관공께 소식을 전하려고 찾아온 것입니다."
관우는 기쁨을 금치 못했다.
"오오! 형님께서 살아계셨군?"
손건은 음성을 낮추며 말했다.
"내일 두 사람이 쳐들어 올 것입니다. 제가 설득하여 그들이 관공과 싸우는 척하다 달아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관공은 허도로 돌아가 두 부인을 모시고 주공을 만나러 가십시오."
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야 당연한 일이오. 하지만 내가 원소의 수하를 죽였는데 과연 받아들일지 모르겠구려."
아닌 게 아니라 손건도 그 점이 걱정이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그럼 제가 저쪽의 사정을 탐지한 후 다시 돌아와 알려 드리겠소이다."
관우는 고개를 저었다.
"형님을 만나는 일인데 죽음인들 두렵겠소? 내 허도로 돌아가 조조에게 떠난다고 말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