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공개된 검찰의 수백억원대 해외 원정도박사건 수사결과 도박은 누구나 잘못 빠지기 시작하면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처럼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상습 도박에 빠져 해외 원정도박을 벌인 사람들은 대부분 합법적인 도박이 가능한 강원랜드에서 도박의 맛을 봤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심지어 한소환자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이후 해외도박이 힘들어지자 강원랜드 VIP룸이 비좁아졌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언급, 도박 병리현상이 심각함을 짐작케 했다.
▲ `성공신화'가 `쪽박신화'로 =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대학 4학년 때 신촌의 한 떡볶이 가게 2층 자리에 빙수 가게를 차린 이후 신설하는 지점마다 대박을 터뜨리며 승승장구했던 K(30)씨.
노점상으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간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천부적인 사업수완을 발휘해 `여름에만 빙수를 먹는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빙수 전문점 체인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K씨는 강남역 및 코엑스까지 진출하며 `대학생 성공신화'로 TV, 월간지에도 성공사례가 소개되는 등 주목받는 청년 사업가로서 이름을 날렸다.
3천만원의 자본금으로 창업할 당시 거물급 정치인 2세로부터 1천만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내는 등 수완좋은 K씨였지만 2002년 중순 인터넷에서 우연히 강원랜드 광고를 접하면서 그의 `날개없는 추락'은 시작됐다.
`또다른 대박'을 예감한 묘한 기대감과 호기심에 카지노를 찾은 K씨는 곧 도박의 늪에 빠져 들었고 한푼 두푼 김씨의 지갑에서 빠져나간 돈은 눈덩이같이 불어 50억∼60억원에 이르렀다.
`젊은 사업가가 정신없이 돈을 쓰고 다닌다'는 소문이 카지노에 퍼지면서 K씨주변에는 조직폭력배들이 꼬여 들었고 결국 K씨는 이들의 손에 이끌려 마카오와 국내 사설 카지노 등에서 80억원 등 전재산을 날렸으며 급기야 도박빚을 메우기 위해 사기행각을 벌이다 작년 12월 구속됐다.
▲ 연예계 큰손이 하우스 대부 = 강남 유명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며 모 폭력조직자금책으로 활동하기도 한 한모(41)씨는 97년 내로라 하는 연예인들이 소속된 국내굴지의 연예기획사를 설립하고 재작년 음악전문 케이블 채널을 인수하기도 하는 등 연예계의 큰손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한씨도 우연히 찾아간 강원랜드에서 도박 맛을 본 이후 수십억원을 탕진했고 그마저도 성에 차지 않은 듯 마카오까지 건너가 해외 원정도박을 벌이다 또 수십억원을 날렸다.
한씨는 작년 7월 자신이 공동 운영하는 제주 모 호텔 카지노에 직접 도박장을 개장, 출입이 금지된 내국인 도박사들을 끌어들였고 그해 9월에는 강남의 특급 호텔에 50평 규모의 특실을 빌려 카지노 전문 관리자와 딜러 등을 고용하는 등 100억원대 도박장을 만들고 본격적인 `카지노사업'에 뛰어들었다.
한씨의 사설 도박장은 고객들에게 최고급 양주를 제공하는 등 초호화판으로 운영됐고 한번 카지노를 개설하는데만 1천만원의 비용이 소요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연예계 거물에서 상습도박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한씨는 검찰에서 "연예인 수십명을 동원해 탄원서를 내게 할 수도 있지만 생각을 접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는 후문이다.
▲`타짜'에 걸려든 `봉'= 건설시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재력가 A씨는 모 유명 사립대 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하던 중 모발관리 회사 대표로 포장한 전문 사기도박꾼인 속칭 `타짜' 손모(47)씨의 덫에 걸려들었다.
손씨는 외제 승용차를 타고 일주일에 서너 차례 골프를 치는 등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며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에 등록한 부유층을 상대로 사기도박 대상자를 물색해왔다.
모 명문대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손씨는 상가분양으로 거액의 현금을 보유한 A씨를 타깃으로 정하고 부유층 행세를 하며 A씨에게 접근, 골프를 같이 하거나 부부동반 모임을 갖는 등 가까이 지내기 시작했다.
A씨는 손씨의 손에 이끌려 `짓고땡', 포커 등 노름에 손을 댔고 처음 한두 푼씩 돈을 따는 재미로 도박에 빠져들다 카드순서가 사전 조작된 `탄' 도박사기에 말려들어 13차례에 걸쳐 200억원이라는 거금을 날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손씨 자신이 대표로 있는 모발관리 회사도 사실은 다른 피해자들을 상대로 사기도박을 통해 뜯어낸 돈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손씨와 함께 A씨를 상대로 사기도박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49)씨는 연봉 1억원의 외국계 금융회사 컨설턴트였고 또다른 김모(46)씨는 무기 거래상으로 소위 `잘나가는' 인사들이었다.
손씨와 고향 또는 사회 선후배 관계인 이들은 "수입금을 6대 4로 나누자"는 손씨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어 점점 전문 사기도박꾼으로 타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