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는 수하들을 조조 측 무사들로 위장시킨 후 날이 어두워지자마자 서주로 향했다. 서주에 이르자 부하들을 시켜 문을 열라고 소리치게 하였다. 잠시 후 문루 위에서 호통소리가 들렸다.
"너희들은 누구냐?"
관우의 부하들은 입을 모아 외쳤다.
"우리는 허도에서 급파된 장요 대장의 수하들이오! 어서 문을 여시오!"
문루 위에 있던 무사들은 차주에게 달려가 그 사실을 고했다. 그렇지 않아도 무사들을 매복해 놓은 후 전전긍긍, 불안에 떨고 있던 차주였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자 진등을 청해다 물었다.
"밖에 허도에서 왔다는 무사들이 있는데 날이 어두워 진위를 알 수가 없소이다. 만약 영접하러 나가지 않으면 내가 주공을 배신했다는 의심을 받지 않겠소? 그렇다고 함부로 나갔다가 유비의 간계에 걸리기라도 하면 큰일이 아니오? 진공의 생각은 어떻소?"
진등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자가 이리도 의심이 많으니 서둘러 나가라고 말하면 나마저 의심할 것이다. 운을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겠구나.'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글쎄올시다. 흑이 아니면 백이니 나도 판단을 못 내리겠구려."
차주는 심히 답답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지체할 수는 없어 문루에 올라가 소리쳤다.
"날이 어두워 분별할 수가 없으니 내일 날이 밝거든 봅시다!"
그러자 밖에서 즉각 외침이 들려왔다.
"유비가 오면 우리는 다 죽소! 빨리 문을 열어 주시오!"
차주가 어찌할 바를 몰라 망설이는데 밖에서는 다시 열화와도 같이 재촉을 한다. 할 수 없이 그는 단단히 차비를 차리고 1천명의 무사들을 거느린 채 밖으로 나갔다. 만약 조금이라도 수상한 기미가 보이면 곧바로 성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는 성밖으로 나가는 즉시 소리쳐 물었다.
"장요 대장은 어디 있소? 모습을 보이시오!"
그러자 한쪽으로부터 번쩍 화광이 일더니 청룡언월도를 든 관우가 질풍같이 말을 달려오며 외치는 것이 아닌가?
"이놈! 감히 우리 형님을 모해하려 하느냐!"
차주는 깜짝 놀라 달아나려 했으나 관우가 어찌나 번개처럼 달려드는지 미처 몸을 빼지 못하고 엉겁결에 병기를 빼어들고 대항했다.
하지만 그가 어찌 관우의 상대가 되겠는가? 그는 몇 합 싸우지 못하고 밀리다가 간신히 말을 빼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거기 서라, 이놈!"
뒤에서 관우가 바짝 쫓아오는 바람에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문루를 향해 달려갔다. 그가 막 문 앞에 당도했을 때였다.
슉슉슉!
돌연 문루로부터 소나기처럼 화살이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진등이 수하들을 동원하여 그를 향해 화살을 날린 것이었다. 차주는 기겁을 하여 말을 돌려 성을 끼고 달아났다.
"핫핫핫! 어딜 가려고?"
문득 등 뒤에서 관우의 대소가 들렸다. 차주가 막 고개를 돌리려는데 목덜미가 섬뜩했다. 청룡언월도가 바람을 끊고 그의 목을 내려친 것이다.
차주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즉사하고 말았다. 관우는 그의 수급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청룡언월도로 찍어 올린 후 성 위를 향해 소리쳤다.
"반도 차주의 목이 여기 있다! 너희들은 죄가 없으니 항복만 하면 모두 살려주겠다!"
쩌렁쩌렁한 호통이 울리자 차주의 수하들은 일제히 병기를 내던지며 항복하고 말았다. 관우는 장비로 하여금 성으로 들어가 무사들을 수습하라 이른 후 곧장 말을 돌려 유비를 맞이하러 갔다.
유비는 서주로 돌아오던 중 관우를 만나게 되었다. 그로부터 자초지종과 함께 차주를 죽였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안색이 변하고 말았다.
"정말 차주를 죽였단 말인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놈을 죽이지 않으면 애써 찾은 서주를 내주어야 하지 않습니까?"
유비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해졌다.
"허허! 조조가 오면 어찌한단 말인가?"
관우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아우가 장비와 함께 막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유비는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아닐세, 아니야... 아직은 때가 아니거늘. 너무 성급했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깨어진 그릇이 아니겠는가? 유비는 근심을 가득 안은 채 서주로 돌아왔다. 그가 입성하자 서주의 양민들과 무사들은 일제히 엎드려 그를 맞이했다.
유비는 부중으로 들어가자마자 장비부터 찾았다. 장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장비는 어디 있느냐?"
"형님! 아우 여기 있소이다."
쩌렁쩌렁한 음성과 함께 장비가 들어서는데 그의 옷에는 선혈이 낭자하게 묻어 있었다. 그것을 본 유비는 안색이 변하며 물었다.
"어딜 다녀오는 길이냐?"
장비는 피 묻은 소매를 문지르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차주란 놈의 식솔들을 몽땅 죽이고 오는 길이오."
"뭣이?"
유비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장비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화근을 제거했는데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이오?"
유비는 화를 벌컥 냈다.
"어찌 이리도 생각이 없단 말이냐? 조조가 아끼는 심복들을 모두 죽였으니 장차 이 후환을 어떻게 감당한단 말이냐?"
장비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칭찬을 받을 줄 알았는데 도리어 욕을 먹게 되자 그도 그만 욱하는 성미에 뭐라 반박을 하려 했다. 때마침 관우가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지 않았다면 필경 큰소리가 났을 것이다.
이때 진등이 나서며 말했다.
"공께서는 너무 심려 마십시오. 궁하면 다 통하는 길이 있기 마련입니다."
유비는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진공께서는 무슨 계책이라도 있으시오?"
"실상 조조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원소입니다. 원소는 이미 기주, 청주, 병주, 유주 네 곳을 장악하고 있고 당금 무림에서 조조와 맞설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그는 휘하에 백만에 달하는 무림인을 거느리고 있고, 주변에는 문무겸전한 지사들이 구름처럼 많습니다. 그에게 사람을 보내 구원을 청하면 능히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