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는 탄식했다.
"공이 내 마음을 이렇듯 헤아리니 부끄럽기만 하구려. 마지막 열 번째는 또 무엇이오?"
"무(武)입니다. 이는 곧 용병(用兵)을 말하는 것으로, 원소는 허장성세를 좋아할 뿐 병법을 모르지만 주공께서는 적은 수로 적을 물리치시니 어찌 원소 따위와 비교하겠습니까? 이렇듯 주공께서는 십승(十勝)이 있고, 원소는 십패(十敗)가 있을 뿐이니 결코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조조는 쓴웃음을 지었다.
"공의 말은 내겐 너무 과분한 것이오."
곁에 있던 순욱도 웃으며 맞장구쳤다.
"곽공의 십승십패지설(十勝十敗之說)이야말로 제 생각과 같습니다. 원소 따위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곽가는 다시 의견을 피력했다.
"실은 서주의 여포야말로 심복대환(心腹大患)입니다. 마침 원소가 공손찬을 친다고 하니 이 참에 여포를 도모한 후 원소를 상대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원소를 먼저 치면 여포가 기회를 틈타 허도를 범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과연 옳은 말이오. 그럼 여포부터 쳐야겠구려."
순욱이 기다렸다는 듯이 계책을 낸다.
"먼저 유비에게 사자를 보내 약조한 후 회신을 기다려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다."
조조는 그 말을 따라 유비에게 서신을 보낸 후 원소의 사신은 후히 대접하여 보내기로 했다. 그는 무황 유협의 거짓 조서를 받아 원소에게 작위를 내리고 기주(冀州), 청주(靑州), 유주(幽州), 병주(幷州) 4개 무림을 통솔토록 했다. 또한 원소가 공손찬을 치면 돕겠노라는 서신을 함께 보냈다. 이는 원소를 안심시키기 위한 계책이었다.
조조의 서신을 받은 원소는 크게 기뻐했다. 그는 조조의 계략에 빠진 것도 모른 채 공손찬을 치기 위해 정벌대를 일으켰다.
서주의 여포는 연회를 벌이고 있었다.
그는 연회 때마다 매번 진규 부자를 칭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것을 탐탁치 않게 여긴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진궁이었다.
"진규 부자가 매양 주공께 아첨을 일삼고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진궁의 간언에 여포는 화를 벌컥 냈다.
"왜 공연한 이간질을 하는 것인가!"
진궁은 연회장 밖으로 걸어 나오며 탄식을 금치 못했다.
"아아! 주공께서 내 말을 듣지 않으니 화를 당하고 말겠구나!"
진궁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여포를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주군을 배반하는 것은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이래저래 우울해진 그는 시름을 잊을 겸 서너 명의 수하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
사냥 중에 소패로부터 한 기의 인마가 나는 듯이 달려 나가는 것을 본 그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수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저 자를 잡아와라!"
잡혀온 자를 보니 행동이 여간 수상한 것이 아니었다. 수하에게 품속을 뒤지게 해보니 한 통의 밀서가 나왔다. 진궁은 밀서를 읽어보고 깜짝 놀라 여포에게 보고했다.
여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밀서는 조조가 유비에게 여포를 치라는 밀서를 보낸데 대한 회신(回信)이었다. 내용인즉 명에 따를 생각이나 무사가 부족하므로 조조가 출군한 뒤 접응하겠노라는 답신이었다.
"이런 법이 어디 있단 말이냐!"
여포는 발연대로했다. 조조와 화친하여 함께 출병한 것이 바로 어제의 일이 아니던가? 그런데 유비와 은밀히 내통하여 자신을 도모하겠다니, 그야말로 배신감에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여포는 조조의 사자를 참수해버린 후 곧바로 무사들을 일으켰다.
그는 진궁과 장패를 태산으로 파견했다. 조조와 일전을 결하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었다. 그는 태산 일대에서 오래전부터 활동하고 있는 흑도세력들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태산에는 손관(孫觀), 오돈(吳敦), 윤예(尹禮), 창희와 같은 흑도 무리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여포의 전갈을 받자 쾌히 응했다. 그들로서도 이번 기회에 정식으로 무림에 나서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여포는 그들에게 산동과 여주를 치게 하고 고순과 장요로 하여금 소패에 있는 유비를 공격하도록 했다. 송헌과 위속에게는 서쪽의 여남(汝南), 영천(潁川)을 공략하도록 했다. 또한 자신은 친히 본진을 거느리고 3로의 진영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비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이를 어찌했으면 좋겠소?"
고순, 장요가 쳐들어오는 것으로 미루어 조조와의 밀약을 들킨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소패의 무사들만으로는 그들을 상대할 전력이 못되었다.
"속히 조조에게 기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손건의 말에 유비는 좌중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럼 누가 허도로 가겠소?"
"제가 가겠습니다."
사방이 위험으로 가득 차 있는 터에 허도로 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청하고 나선 사람은 간옹(簡雍)이었다. 그는 소패에 빈객으로 머물고 있던 유비의 동향 출신이었다. 유비는 그라면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여 서신을 써서 허도로 보냈다.
허도로부터 원군이 도착할 때까지는 어떻게든 견뎌야 했다. 유비는 직접 남문을 지키고 손건에게는 북문을, 관우에게는 서문을 맡도록 하며, 장비로 하여금 동문을 지키도록 했다. 또한 미축에게는 부중에 남아서 식솔들을 보호하도록 조치했다.
얼마 후 고순이 무사들을 대거 이끌고 나타났다. 유비는 문루에 올라서서 큰 소리로 물었다.
"이 사람은 여공과 원수진 일이 없는데 어인 일로 무사들을 이끌고 온 것이오?"
고순은 칼을 뽑으며 외쳤다.
"네가 조조와 결탁하여 주공을 치려고 하지 않았느냐? 음모가 백일하에 들어났으니 이리 나와서 포박을 받아라!"
유비는 내심 짐작한 것이 들어맞자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밀사가 도중에 잡히고 말았구나!'
고순은 아무 응답이 없자 소패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유비는 문을 굳게 닫아걸고 방어만 할 뿐 싸움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