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술은 무황(武皇)을 자칭하며 수춘(壽春)에 대공사(大工事)를 단행하여 무황성(武皇城)을 세웠다. 그는 수하들 중에서 반대하는 자들이 있으면 가차 없이 참수(斬首)하여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또한 자신의 부인을 황후(皇后)로, 아들은 황태자로 책봉했다. 이제 그에게는 허도의 무황성 쯤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가 이렇듯 안하무인(眼下無人)이 된 것은 백자천경을 손에 넣고부터였다. 백자천경은 무황성의 신물(信物)이자 천고의 절학을 담고 있는 보물이기에 백자천경이 자신의 손에 들어온 것은 곧 하늘의 뜻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은 것이었다.
그는 여포에게 사신을 보내 딸을 태자비로 보내라고 전갈했다. 그런데 여포가 사신을 쳐 죽이고 왕칙를 허도로 압송했다는 소식을 듣자 대로를 금치 못했다.
"놈이 감히 날 무시한단 말이냐!"
원술은 여포를 치기로 결정했다.
그는 격문을 띄워 20만 명에 달하는 무사를 소집했다. 무사들을 모두 7로(七路)로 나눈 후 장훈(張勳)을 총대장으로 삼아 서주로 진격하도록 했다. 제 1로는 총대장인 장훈이 맡고 2로는 교유, 3로는 진기(陳紀), 4로는 뇌박(雷薄), 5로는 진란(陣蘭), 6로는 한섬(韓暹), 7로는 양봉(楊奉)에게 주어 총공격을 감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뜻밖에 연주의 호웅 금상(金尙)이 반기를 들었다. 금상은 그가 무황을 자칭하는 것은 반란이라며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다. 원술은 그에게 7로군의 군량과 물자지원을 맡기려 했으나 격분한 나머지 참수해버렸다.
그는 기령에게 지원부대를 맡게 한 후 친히 3만의 무사들을 거느리고 이풍(李豊), 양강(梁剛), 악취(惡臭)로 하여금 7로 무사들을 접응케 하며 진군했다. 그의 출병은 가히 황제(皇帝)가 친군을 거느리고 원정을 가듯 그 위세가 하늘을 찔렀다.
한편 여포는 수하를 시켜 원술의 형세를 정탐했다. 정탐결과 장훈이 서주로 달려오고 있었고, 교유는 소패로 쳐들어오고 있으며, 진기는 기도로, 뇌박은 낭야로, 진난은 갈석, 한섬은 하비, 양봉은 준산 방면으로 물밀 듯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7로의 인마는 하루에 50리를 내달려오면서 연도의 무림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포는 급히 모사들을 소집하여 대책을 상의했다.
"놈이 쳐들어오고 있으니 어떡하면 좋겠소?"
모사들 중에는 진규, 진등 부자도 끼어있었다. 그런데 진궁이 불끈 나서며 말하는 것이었다.
"이번 화는 진규 부자가 불러온 것입니다. 저 자들은 조조에게 아첨하며 봉록을 구했을 뿐더러 화를 주공께 덮어씌웠습니다. 지금이라도 저 자들의 목을 베어 원술에게 보내면 화가 풀릴 것입니다."
여포는 안색이 변했다. 그러고 보니 진궁의 말이 틀린 데가 없었다. 진규 부자가 원술과 사돈을 맺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면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겠는가? 게다가 그들이 조조로부터 봉록을 받아먹은 것 또한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는 노성을 내질렀다.
"저 놈들을 당장 끌어내 목을 쳐라!"
그러자 진등이 껄껄 웃는 것이 아닌가?
"주공은 어찌 그리 겁이 많은 것이오? 원술의 칠로군 쯤이야 썩은 짚단이나 다름없는데 왜 그리 당황하시오?"
여포는 자존심이 상해 얼굴이 벌게졌다. 그는 진등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만약 적을 물리친다면 죄를 용서해주마."
진등은 문제없다는 듯이 말했다.
"주공께서 이 사람의 말대로만 하면 서주는 안전할 것이외다."
여포는 귀가 솔깃해졌다.
"어디 한번 말해봐라!"
진등은 주위를 한 차례 둘러본 후 자신 있게 말했다.
"원술의 무리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오합지졸이라 서로 융합되지 못하고 있소이다. 따라서 계책으로 맞선다면 깨뜨리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오. 제게 수가 있으니 그대로만 하면 서주를 지키는 것은 물론 원술까지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여포는 반신반의하면서도 다급히 물었다.
"어떤 수인가?"
"한섬과 양봉이 누구입니까? 본래는 무황성의 신하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조가 두려워 달아나 원술에게 의탁한 자들입니다. 원술 또한 그들의 내력을 알기에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공께서 그들을 회유하면 이쪽으로 돌아설 것입니다. 첫 번째 계책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포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유비에게 사람을 보내 구원을 청하십시오. 과거의 연도 있고 하니 거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섬과 양봉이 내응하고 유비가 도우면 원술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여포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좋다, 그럼 네가 직접 가서 한섬과 양봉을 회유토록 해봐라."
"명 받들겠소이다!"
진등은 서너 명의 사람만 대동하고 하비로 향했다. 한섬이 하비에 당도하여 진을 치자 진등은 전갈을 보낸 후 진중으로 찾아갔다. 한섬을 눈살을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여포의 사람인데 어찌하여 날 찾는 것인가?"
진등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소생은 본래 무황성의 신하이지 여포의 수하가 아닙니다. 공이야말로 무황성의 충신인데 어찌하여 반도의 수발을 들고 계시오? 이로써 공이 지난날 무황폐하를 구한 일은 헛수고가 되고 말았소이다."
한섬의 얼굴에 괴로운 빛이 떠올랐다. 진등의 말이 정곡을 찌른 것이다. 하지만 어찌하랴? 무황이 조조의 볼모가 되어 있으니 되어있으니 갈 곳이 없었다.
진등은 그의 표정을 살피며 은근한 음성으로 말했다.
"더구나 원술은 의심이 많은 자라 언젠가 공을 제거할 것이 분명하외다. 지금이라도 대비하지 않으면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될 것이오."
한섬은 탄식을 금치 못했다.
"내 어찌 그걸 모르겠소. 하지만 처지가 이 지경이라 달리 방도가 없질 않소?"
진등은 품속에서 서신을 꺼내 건넸다.
"여공께서 친서를 보냈소이다. 읽어보시고 뜻을 정하시는 것이 어떻겠소?"
한섬은 서신을 읽어 내려갔다. 그의 표정은 여러 차례 변했다. 여포의 서신은 자신을 도와 원술을 쳐달라는 것이었고, 그리해두면 후히 답례하겠노라는 것이었다. 한섬은 한숨을 쉰 후 말했다.
"여공께 전해주시오. 내 양공과 함께 창을 돌려 원술을 치겠소이다. 원술의 진영에 불길이 솟는 것을 신호로 접응하러 오시면 되겠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