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어! 정말 아름답소."
조조는 탄복을 금치 못하며 서둘러 옷을 벗어던졌다. 균형 잡힌 탄탄한 근육질의 몸이 드러나자 추씨 부인의 눈에서도 묘한 빛이 반짝거렸다. 그녀는 장제의 아내였으나 예전부터 애정이 별로 없는 사이였다. 장제가 죽은 후에는 쓸쓸하게 빈 방을 차지하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해 오고 있었다. 그러던 차 조조의 눈에 띄었으니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이었다.
"아아ㆍㆍㆍㆍㆍㆍ."
여인의 입에서 비음 섞인 신음이 흘러나왔다. 조조의 애무가 시작된 것이다. 오랫동안 굶었던 허기가 단번에 충족되는 기분이었다. 조조는 여인의 풍만한 유방에 얼굴을 묻은 채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손바닥에 감촉되는 여인의 살결은 문자 그대로 비단결이었고, 새콤달콤하게 후각을 자극하는 살 냄새는 또 어떠한가!
조조는 한 입 가득 수밀도를 삼켰다. 달디 단 과즙(果汁)이 입안 가득 흘러들어오며 짜릿한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그는 여인의 육체를 구석구석 탐구하며 능숙한 조련(調練)에 들어갔다.
"하아!"
여인은 그의 손길에 따라 잉어처럼 펄떡펄떡 뛰어오르기도 하고, 자지러지는 신음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침상에 얼굴을 파묻은 채 희열에 찬 오열을 하기도 하고, 혹은 암고양이처럼 가르릉거리기도 하면서 흠뻑 운우(雲雨)에 몸을 적시며 조조와 함께 방사를 즐겼다.
새벽이 되자 두 사람은 녹초가 되었다. 얼마나 즐겼으면 두 사람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침상은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었다. 추씨 부인은 그의 품에 안긴 채 여운을 즐기듯 눈을 꼬옥 감고 있었다.
조조는 그런 그녀가 사랑스러운 듯 손을 뻗어 탐스런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추씨 부인은 그의 품으로 파고들며 속삭이듯 말했다.
"영웅을 모셨으니 이 계집 죽어도 여한이 없사옵니다. 하지만 소문이 퍼져나갈까 심히 불안하옵니다."
조조는 그녀의 젖가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걱정 마시오. 내일 부인과 함께 거처를 옮기면 되지 않겠소."
과연 다음날 조조는 추씨 부인을 데리고 완성 밖의 진영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전위로 하여금 막사 주변을 철통같이 지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명을 내렸다.
추씨 부인은 요부 중의 요부인 듯했다. 천하의 조조도 요부의 유혹에 넘어가 그 날부터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은 채 밤낮없이 막사 안에서 그녀와 함께 육체를 불태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어찌 소문이 나지 않겠는가? 장수의 귀에 추씨 부인이 조조의 진중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가게 되었다. 장수는 하늘이 노래지고 말았다. 추씨 부인이 누구인가? 바로 혈족인 장제의 아내였다. 그는 치를 떨며 부르짖었다.
"놈이 날 뭘로 보고 이런 모욕을 준단 말인가!"
그는 당장이라도 조조의 목을 치고 싶었지만 상대가 상대였다. 그는 가후를 불러 가슴을 치며 말했다.
"놈이 내 집안을 능멸하고 있으니 이를 어쩌면 좋겠소?"
가후는 한동안 눈을 감고 생각한 후 말했다.
"이 일은 결코 누설하면 안 됩니다. 내일 그를 만나 이렇게 하십시오."
장수는 가후의 계책대로 다음날 조조를 방문하여 말했다.
"이번에 대공께 항복을 하니 무사들 가운데 도망가는 자가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무사들을 모아놓고 단단히 단속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조는 추씨 부인에게 빠져 있는지라 별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하도록 하시오."
장수는 무사들을 모아 4대로 나누어 적재적소에 배치한 후, 가후의 계책에 따라 거사일에 맞추어 대비했다. 그러나 조조의 막사는 워낙 철저히 호위되고 있는데다 용맹무쌍한 전위가 눈을 부릅뜨고 있어 좀처럼 기회가 나지 않았다.
궁리 끝에 그는 호거아(胡車兒)를 불렀다. 호거아는 신력이 무궁무진한 자로 외문기공(外門奇功) 방면에서는 천하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인물이었다.
"조조를 죽이려 해도 전위란 놈이 한 발자국도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으니 어찌하면 좋겠나?"
호거아는 눈을 껌뻑거리다 안을 내놓았다.
"전위가 무섭운 건 그가 한 쌍의 쌍철극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주공께서 내일 그를 청해 술을 만취하도록 먹인 후 돌려보내십시오. 그럼 제가 몰래 무사들 틈에 섞여 저들의 진중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기회를 봐서 쌍철극을 훔쳐내겠습니다. 그럼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습니다."
장수는 호거아의 말에 따라 주연을 열고 전위를 초대했다. 그는 깍듯이 전위를 대하며 그에게 많은 술을 마시게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전위는 술에 만취해 밤이 늦어서야 진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물론 그는 호거아가 자신의 수하들 틈에 섞여 들어간 것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한편 장수는 궁사들과 무사들에게 명을 내리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조조는 추씨 부인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음과 말울음소리가 들리자 의아하게 생각했다.
"밖에 무슨 일이 있느냐?"
잠시 후 수하가 보고를 한다.
"장수가 야경을 돌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말에 조조는 조금도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음 놓고 추씨 부인과 잠자리에 들었다.
이경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불이야!"
조조는 놀라 밖으로 뛰어 나왔다.
"무슨 일이냐?"
수하가 달려와 마초(馬草) 보관하는 곳에서 불이 났다고 전했다. 조조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별일이 아니니 침착하게 불을 끄도록 해라."
그런데 불길이 잡히기는커녕 사방으로 화광(火光)이 연이어 치솟는 것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급촉한 말발굽소리가 지축을 울리며 다가왔다. 조조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소리쳤다.
"전위, 전위는 어디 있느냐!"
한편 전위는 술에 취해 곯아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잠결에 징소리, 고함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꿈인가 생시인가 하다가 깨어나게 되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쌍철극을 찾았지만 어찌된 셈인지 늘 머리맡에 세워두었던 쌍철극이 보이지 않았다. 그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