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는 순욱의 계책에 따라 여포에게 사자를 보낸 후 15만의 무사들을 이끌고 장수를 치러 나섰다. 무사들은 3대로 나누었고 하후돈을 선봉장으로 삼았다.
조조의 무리는 사기가 충천하여 지축을 울리며 허도를 출발했다. 오랫동안 잘 훈련된 무사들의 대오는 질서정연하였고 그 위용은 가히 천군(天軍)과도 같았다. 바람에 휘날리는 수천 개의 기치(旗幟)는 하늘을 가릴 정도였으며, 인마들이 일으키는 흙먼지는 풍운을 변색케 했다.
조조의 무리가 육수에 이르자 장수는 겁을 집어먹었다. 그동안 허도를 치겠다고 큰소리를 치긴 했으나 막상 조조가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오니 자신이 없어졌다. 그는 가후를 불러 상의했다.
"어쩌면 좋겠소? 놈들의 기세가 보통이 아닌 듯 하오만."
가후는 이미 냉정하게 세를 따져본 터라 담담히 말했다.
"조조의 세력이 워낙 강해 부딪치면 질 것이 자명합니다. 안타깝지만 일단 항복하여 후일을 도모함이 나을 것입니다."
장수는 한숨을 쉬었다.
"비록 내키지는 않지만 굴욕을 참는 수밖에 없구려. 그럼 그대가 조조를 설득해 보시오."
가후는 장수의 명을 받고 단신으로 조조를 찾아갔다. 조조는 가후를 만난 후 은근히 마음이 동했다. 가후의 언변은 가히 청산유수(靑山流水)였고, 형세를 헤아리는 판단력과 논리가 일품이었던 것이다. 그는 은근히 가후를 떠보기로 했다.
"일찍이 공과 같은 인재를 목이 타게 기다려왔소이다. 나와 함께 큰일을 도모해 보지 않겠소?"
가후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후의는 고맙습니다만 전일에는 이각을 섬김으로서 무림에 죄를 지었고 지금은 다시 장공을 모시고 있습니다. 벌써 두 번째 주공을 섬긴데다 장공께서는 제가 하는 말은 무엇이든 다 들어주시니 차마 배신할 수 없습니다. 헤아려 주옵소서."
조조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후가 돌아가고 이튿날 장수가 진으로 찾아와 항복했다. 조조는 항복을 받아들이고 그를 후하게 대해 주었다. 그는 곧 무사들을 거느리고 장수가 진을 칠고 있는 완성(宛城)에 입성했다.
조조는 완성에 머물며 대부분의 무사들은 성밖에 진을 치게 했다. 조조의 무리는 완성을 마주보고 주둔하였는데 근 10리에 걸쳐 연결된 목책(木柵)의 형상과 진세는 가히 대단한 것이었다.
조조가 머무는 동안 장수는 하루도 빠짐없이 연회를 베풀어 극진히 모셨다. 조조는 승자(勝者)의 기쁨을 만끽하며 연일 연회를 즐기며 오랜만에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승자가 되면 오만해지는 법이다. 조조는 주석(酒席)에서 여흥을 일삼다가 어느 날 숙소로 돌아오자 홀연히 마음이 움직였다.
'오늘따라 유난히 계집 생각이 나는걸.'
그는 측근을 불러 은근히 물어보았다.
"이곳엔 기녀(妓女)가 없느냐?"
조카인 조안민(曹安民)이 그 말을 전해 듣고 침소로 찾아와 말했다.
"제가 살펴보니 숙소 옆에 자태가 아름다운 부인이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매혹적이라 주위에 물어보았더니 장제의 처라고 하더군요."
조조는 귀가 솔깃해졌다.
"장제의 처라면 과부가 아닌가?"
조조는 술기운이 얼큰하게 올라있었다. 비록 본 적은 없지만 조안민의 말로 미루어 자꾸만 매혹적인 여인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러고 보니 여인과 합방하지 않은지 꽤 오래였다. 그는 술김에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지금은 나도 홀아비나 다름없으니 홀아비와 과부가 만나 정을 나눈다고 흉 될 게 없지 않느냐?"
조안민은 웃으며 맞장구쳤다.
"자고로 영웅호색(英雄好色)이라 했는데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가서 데려올까요?"
조조가 못이긴 척 고개를 끄덕이자 조안민은 무사들을 데리고 가 장제의 처를 잡아왔다. 조조가 여인을 보니 과연 천하일색(天下一色)의 미인이었다. 여인은 무르익은 몸매에 요염한 눈, 촉촉하게 젖어있는 입술이 색기(色氣)가 자르르 흐르는 듯했다.
"부인의 성씨는 무엇이오?"
여인은 공손히 절을 하며 말했다.
"첩은 장제의 아내인 추씨(鄒氏)이옵니다."
조조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채 물었다.
"부인은 내가 누군지 아시오?"
추씨는 살짝 눈을 흘기듯 조조를 곁눈질한 후 요염한 음성으로 답했다.
"대공의 명성이 하늘을 찌르는데 미천한 계집인들 어찌 모르겠사옵니까? 오래전부터 위명을 들어왔사온데 오늘밤 이렇게 뵙고 보니 황송할 뿐이옵니다."
'이것 봐라?'
가뜩이나 욕념(欲念)이 차올랐는데 추씨 부인이 은근히 꼬리를 치는 것을 보자 조조의 양물은 이내 피가 몰려 성난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는 추씨 부인의 몸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사실 이번에 장수를 죽이려 했으나 특별히 부인을 생각해서 항복을 받아주었소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장씨는 벌써 멸문되었을 것이오."
추씨 부인의 눈 꼬리가 살랑살랑 춤을 추었다.
"죽을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첩의 구명지은이시옵니다."
조조는 침을 꿀꺽 삼켰다. 보면 볼수록 색기가 흐르는 여인이었다. 그는 슬며시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내가 부인을 만난 것은 천생의 인연이 아닌가 하오. 오늘 밤 나와 정분을 나눈 후 함께 허도로 돌아가 부귀를 누리는 것이 어떠하오?"
추씨 부인은 얼굴을 복숭아처럼 발갛게 붉혔으나 곧바로 큰 절을 올렸다. 허락이 아니고 무엇이랴!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추씨 부인을 번쩍 안아 들었다.
"아이 ."
추씨 부인은 짐짓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으나 섬섬옥수를 뻗어 조조의 목을 휘어 감았다. 매혹적인 여인의 입에서 끼쳐 나온 향훈은 조조의 욕망을 더욱 부채질했다. 조조는 침실로 들어가 여인을 눕히고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수밀도(水蜜桃)가 이러할까?
여인의 젖가슴은 꿀물이 줄줄 흐르는 복숭아와도 같이 탐스럽게 익어 있었다. 어디 그 뿐이랴, 기름진 아랫배와 눈부시게 흰 허벅지 사이에서는 생명의 원천수와도 같은 감로수(甘露水)가 벌써부터 흘러넘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