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궁은 곧바로 여포를 찾아가 물었다.
"주공께서 따님을 원공에게 보내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실로 경하할만한 일입니다. 한데 혼례일은 정했는지요?"
여포는 고개를 저었다.
"차차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네."
진궁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로부터 예물을 받은 후로부터 성혼하기까지는 각각 정해진 규칙이 있습니다. 천자는 일년이요, 제후는 반년이고 대부(大夫)는 석 달, 일반 백성은 한 달입니다."
여포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원술은 스스로 무림황제가 되려하니 천자의 예를 따르는 것이 어떨까 싶네."
진궁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아니 됩니다."
여포는 흠칫했다.
"그럼 반년은 어떤가?"
"그도 아니 됩니다."
"그럼 대부의 예를 따라야 하나?"
"그것도 아닙니다."
여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진궁은 한숨을 내쉰 후 장황하게 말했다.
"당금의 무림계는 각각의 호웅들이 쟁패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차제에 주공께서 원공과 사돈을 맺게 되면 모두 경계하며 배 아파 할 것입니다. 만일 혼례를 끌게 되면 필히 훼방하는 자도 생길 것입니다. 기왕지사 혼인을 허락했다면 한시도 미룰 이유가 없습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때 먼저 따님을 원공에게 보내 별관에 머물게 하였다가 길일을 택해 성혼하는 것이 옳습니다."
여포는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그대의 말이 옳은 것 같군."
여포는 그 날 밤 초선과 상의하여 예물을 준비한 후 수양딸 여희(麗姬)를 마차에 태워 수하인 송헌(宋憲)과 위속(魏續)으로 하여금 호송토록 했다. 급기야 마차는 한밤중에 풍악을 울리며 한윤과 함께 서주를 떠나게 되었다.
한데 마침 진등의 부친 진규(陣珪)가 집에서 와병중이다가 풍악소리를 듣고 궁금하여 사람을 보내 알아보게 했다. 수하가 달려와 전후사정을 얘기하자 진규는 개탄해 마지않았다.
"이건 소불간친계가 아닌가? 허어! 유비가 위태롭게 되었구나!"
그는 병중임에도 불구하고 여포에게 달려갔다.
여포는 한밤중에 달려온 진규를 보고 의아하여 물었다.
"이 밤중에 웬일이오?"
진규는 탄식하며 말했다.
"주공께서 돌아가시게 되었다기에 조상 차 왔소이다."
여포는 어이없어 반문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전자에 원술은 양곡을 주공에게 보내며 한편으로는 유비를 죽이고자 했소이다. 그 때 주공은 활을 쏘아 그들을 화해시켰소이다. 그런데 이번에 갑자기 사돈을 맺고자 하니 원술의 속셈이 무엇이겠소? 이는 주공의 따님을 볼모로 잡아두고 유비를 쳐서 소패를 차지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오? 소패가 망하면 서주 또한 위급할 것이 자명한데도 주공은 어찌 혼인을 수락하셨단 말이오? 만일 사돈을 맺은 후에도 말을 듣지 않으면 그 자는 사돈의 연을 끊은 후 주공을 적으로 삼을 것이 분명하오. 게다가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가 무림황제를 꿈꾸고 있다하니 이는 무황성에 대한 명백한 모반이외다. 그렇다면 주공 또한 반역자로 몰리게 되는데 내 어찌 주공을 위해 근심하지 않는단 말이오? 그래서 조상 차 왔다고 말씀드린 것이오."
진규의 말을 듣는 동안 여포는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놀라 부르짖었다.
"진궁이 날 망치게 했군!"
그는 급히 장요를 불러 무사들을 거느리고 여희를 도로 데려오도록 지시했다. 다행히 마차는 멀리 가지 않았으므로 되돌려 올 수 있었다. 그는 한윤을 감금한 다음 일단 원술에게 사람을 보내 준비가 미흡하여 시간이 걸린다는 전갈을 하도록 했다.
진규는 다시 계책을 일러 주었다.
"한윤을 묶어 허도로 보내시오. 그럼 무황에 대한 신의를 지키는 것이요, 조조에게도 화친의 의미가 될 것이오."
여포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소?"
그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중에 한 가지 소식이 들어왔다.
"유비가 소패에서 무사들을 모집하고 말을 사들이고 있다 합니다. 필경 무슨 수를 쓰는 것 같다고 합니다."
여포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야 영웅으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닌가? 괴이할 것이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 때 또 다른 수하들이 들어오며 보고하는 것이었다.
"저희들이 주공의 분부를 받고 산동으로 가 말 삼백 필을 사가지고 돌아오는데 소패 인근에서 산적을 만나 그만 말의 절반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산적들이란 장비가 변장하여 꾸민 것이었습니다."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