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에선 휴가철을 맞아 돈 안들이고 더위를 쫓는 ‘알뜰 피서’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RP족’의 등장이다.
RP는 문자그대로 ‘알뜰(R) 피서(P)’라는 뜻이다. 말 줄이기 좋아하는 사이버 세대들이 재치있게 만들어낸 신조어다. 또 PR을 거꾸로 써놓은 것이기도 해 학교나 직장에서 자신을 PR하느라 애쓴 만큼 휴가철에는 충분히 즐기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RP족의 가장 큰 특징은 돈 안들이고 시간을 보낸다는 점과 야외보다는 실내 생활 위주로 계획을 짠다는 점 등이다.
RP족들이 무더위와 장마를 피해 가장 자주 찾는 곳은 바로 백화점이다. 물론 물건을 사러 가는 게 아니다. 백화점에서 주최하는 각종 행사나 이벤트에서 공짜로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최근 주최한 무료 타투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 유리나씨(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4)는 “일반 매장에서 1만∼2만원 하는 타투를 무료로 할 수 있어 좋았다”며 “앞으로 남은 방학기간도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다양한 행사 정보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공연을 무료로 즐기기 위해 방송국 공개녹화장을 찾는 사람도 있다. 대학생 김한나양(22)은 “방송사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간단한 사연을 보내는 방법으로 각종 공개녹화에 응모하고 있다”며 “TV에 나오지 않는 장면까지 편집 없이 볼 수 있고 추첨으로 경품까지 탈 가능성이 높아 최근에는 이 응모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심지어 방송국 공개녹화 방청권을 겨냥,‘무조건 긴 사연이 당첨된다’,‘잘 나온 자기 사진을 같이 올리면 확률이 높다’는 식의 정보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떠돌고 있을 정도다.
‘원조 RP족’을 자칭하는 김한나양의 경우는 서울 인사동 거리를 주무대로 한다. 김양은 “인사동 등 문화 거리에서는 매주 수요일이면 각종 전시회 개막식이 열려 무료 관람은 물론,고급 뷔페까지 공짜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며 “도심 데이트 코스로도 좋고 지나가는 외국인을 상대로 회화연습도 할 수 있어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은주씨(27)도 이 같은 RP족의 알뜰 행보를 뒤쫓고 있다. 이씨는 “장욱진 전시회의 경우 시립미술관에서 열 때는 7,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했지만 최근 열린 현대백화점 본점 행사에서는 같은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었다”며 “노력하?만큼 많은 것을 얻는 게 RP족의 특징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