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썩! 쏴아아!
두 사람의 뒤에서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더니 바위에 부딪쳐 하얀 포말을 만들며 부서져 내렸다. 인간의 욕망이나 야망도 한낱 파도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파도가 부서져 내리면 또 다른 파도가 밀려들지 않는가? 그것은 마치 인간의 야망이란 덧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것과도 같은 이치였다.
진궁은 여포의 군사가 되어 첫 번째 책략을 풀어 놓았다.
"주공께서 조조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아오나 전후를 생각하여야 합니다. 조조는 옛날의 조조가 아니라 상대하기 힘들어졌습니다. 따라서 주공께서는 자리 잡을 곳부터 찾은 후 전열을 정비해야 합니다."
여포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군자의 복수는 십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다는 말을 되새기시면 마음을 가라앉히실 수 있습니다."
여포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날 위로하지 않아도 되네."
진궁도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고독한 자는 신세가 곤궁한 법입니다. 잠시 의탁할 곳이 필요합니다."
여포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파도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잠시 후 그는 눈을 뜨며 물었다.
"원소에게 다시 돌아가는 것이 어떨까?"
자신을 박대했던 원소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그의 자존심으로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진궁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소는 음흉한 자입니다. 먼저 사람을 보내 상황을 파악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포는 순순히 말했다.
"그럼 자네가 알아보도록 하게."
그 무렵 원소는 조조와 여포의 싸움을 낱낱이 전해 듣고 있었다. 양측의 싸움이 치열해지자 그는 군사들을 모아놓고 논의했다.
군사들 중에 심배(審配)란 자가 평소 그의 흉중을 잘 헤아렸다.
"여포는 본래 이리 같은 놈이라 힘이 조금만 생겨도 아무나 물어뜯으려 덤벼들 것입니다. 놈이 연주를 차지하면 다음 순서는 우리 기주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조조를 도와 여포를 치는 것이 근심을 없애는 일이 될 것입니다."
심배의 말은 원소의 심정을 정확히 대변하는 것이었다.
"옳은 말이다. 이 참에 조조를 도와주면 그와 연대하게 되니 남쪽의 원술과 북무림의 공손찬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원소는 안량(顔良)에게 무사들을 붙여주어 조조를 돕도록 조치했다.
진궁이 보낸 첩자가 돌아와 곧바로 그 같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여포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놈이 끝내 날 죽일 모양이군!"
진궁은 담담히 말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원소는 본래 그런 작자입니다."
"그럼 이제 어떡하면 좋단 말인가?"
"근자에 유비란 자가 서주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그는 원소와 같지 아니하고, 조조와도 다른 인물이라 합니다. 서주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얻었다하니 그의 덕을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주공을 박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포로서도 달리 대안이 없었다.
"그럼 서주로 가보세."
유비는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서주는 풍요로운 곳으로 무인들의 성정 또한 온순하여 그를 주군으로 모시게 된 것을 모두 만족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유비 또한 현명한 치세(治世)와 인덕으로 서주무림을 다스렸다.
도겸이 다스리던 서주는 확실히 유약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유비를 새 주군으로 맞이한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관우와 장비가 연일 구슬땀을 흘리며 무예수련을 독려했던 것이다. 그 결과 몇 달도 채 되지 않아서 서주 무인들의 눈빛이 달라져가고 있었다.
남녀의 교합에는 궁합(宮合)이 맞아야 하는 법이다.
"아아ㆍㆍㆍㆍㆍㆍ."
며칠 동안 유비의 모습이 보이지 않나 했더니 미부인의 처소로부터 달큼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늘 들려오던 비파음 대신 열락에 빠진 여인의 신음이라니! 알고 보면 당연지사라, 유비는 사흘째 애욕(愛慾)에 푹 빠져있었다.
한 줌밖에 안 되는 낭창거리는 여인의 허리가 반월처럼 휘어지는가 싶더니 긴 수발이 우수수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유비는 터질 듯이 무르익은 여인의 유방을 쓰다듬는가하면 달덩이처럼 탐스러운 둔부에 코를 박기도 한다. 주무르고 또 주물러도 도무지 싫증이 나지 않는다. 앵두알 같은 유실(乳實)에서는 달콤한 액이 끊임없이 흘러 그의 갈증을 채워주고 있었다.
은밀한 수림의 계곡에서는 감로수(甘露水)가 펑펑 쏟아져 나와 그의 허기를 메워주기도 했다. 그 어떤 놀이가 이처럼 즐거우랴! 유비가 미부인으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주공."
한참 수밀도(水蜜桃)를 탐닉하고 있는데 문밖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렸다.
"오ㆍㆍㆍ 오라버니예요."
미부인은 땀에 젖은 유비의 가슴을 살며시 밀어내며 말했다. 유비는 미부인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어찌 네 오라비냐? 너의 사내이니라."
미부인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 때 문밖에서 기침소리가 들렸다.
"밖에ㆍㆍㆍㆍㆍㆍ."
그녀의 음성은 목구멍으로 넘어가버렸다. 여인의 깊은 곳으로 거대한 불덩이가 밀려들어온 것이다. 미부인의 고개가 뒤로 꺾이며 가쁜 숨을 토해냈다. 유비는 그녀의 미끈한 다리를 잡고 허리에 걸친 채 물었다.
"무슨 일이오? 미공."
그는 얼굴을 발갛게 붉힌 채 가쁜 숨을 토해내는 미부인에게 한 시도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