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전위가 나가서 도와라. 여포는 혼자 상대할 놈이 아니다."
전위는 쌍철극을 뽑아들고 달려 나갔다. 그가 미처 당도하기도 전에 조조의 입에서 다시 명령이 떨어졌다.
"하후돈과 하후연도 도와라."
하후씨 형제들도 즉각 달려 나갔다. 조조는 한 손을 번쩍 치켜들며 명령을 내렸다.
"이전, 악진도 나가라."
조조의 수하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여포가 천하제일고수라고 하더라도 삼두육비(三頭六臂)의 괴물이 아닌 이상 너무한 게 아닌가? 그래도 명령은 명령인지라 그들은 여포를 에워싸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꽈르르릉!
경천동지(驚天動地)할 격전이 전개되었다. 여포는 7, 8명의 고수들을 상대하며 싸움을 벌였다. 마란 하늘에 벼락이 떨어지고 하늘과 땅이 뒤집힌다한들 어찌 이만 하겠는가! 자욱한 흙먼지가 몰아치고 고함과 욕설,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말의 울부짖음이 지축을 흔들었다.
제 아무리 천하의 여포라고 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밀리기 시작했다. 하후돈, 하후돈 형제의 공격을 막아내면 전위의 쌍철극이 어깨로 떨어졌고, 동시에 허저의 도가 그의 목을 쳤다. 이전과 악진도 그의 주위를 맴돌며 시시때때로 악랄한 공세를 퍼부어 여포의 간담을 써늘하게 만들었다.
"이ㆍㆍㆍ 비열한 놈들!"
위이잉!
여포의 천극도에서 용음(龍吟)이 울리더니 가공할 도기(刀氣)가 줄기줄기 뻗어나갔다. 도기는 화룡(火龍)처럼 꿈틀거리며 전위, 허저, 하후돈 등을 한 순간에 집어삼킬 듯했다.
"헉!"
그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서는 순간 여포의 적토마가 껑충 뛰어 오르더니 포위망을 벗어나 쏜살같이 달려갔다.
"잡아라!"
하후씨 형제들과 전위, 허저 등이 여포를 추격해갔다. 적토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명마였다. 여포는 단숨에 거리를 벌리며 복양의 보문 앞에 이르렀다.
"문을 열어라!"
그는 보루를 향해 다급히 외쳤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문을 열라고 하지 않았느냐!"
보루 위에서 누군가가 나타나더니 아래를 내려보며 말했다.
"나는 조대공께 항복하기로 했으니 물러가시오!"
보루에 오른 자는 일전에 조조에게 거짓 밀서를 써 보냈던 복양의 호족이었다. 그는 본시 협박에 못 이겨 여포가 시키는 대로 했지만 전세가 기어버린 것을 보고 조조에게로 마음을 돌려버린 것이었다. 여포는 전가를 향해 노성을 터뜨렸다.
"이런 쳐 죽일 놈! 어서 열지 못할까!"
하지만 전가는 대꾸는커녕 몸을 감추어버릴 뿐이었다. 그 때 요란한 말발굽소리와 함께 전위, 허저를 비롯한 조조의 수하들이 달려왔다. 이쯤 되면 천하의 여포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자!"
그는 말머리를 돌렸다. 전가가 배신한 이상 복양은 더 이상 그의 영지가 아니었다. 그는 수하들과 함께 정도(定陶)를 향해 달렸다.
한편 진궁은 보중에 남아 있다가 전가가 배신한 것을 보고 여포의 식솔들을 데리고 황급히 복양을 빠져나갔다. 그나마 서둘렀기에 여포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초선을 조조의 손에 떨어뜨리지 않고 빼낼 수가 있었다.
조조는 연주에 이어 복양을 되찾았다. 그가 보루를 통과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가가 달려오더니 무릎을 꿇었다.
"용서해 주십시오! 일전에는ㆍㆍㆍ ."
조조는 껄껄 웃었다.
"자네가 날 도왔으니 내 과거지사는 깨끗이 잊겠네. 앞으로도 날 도와주기 바라네."
전가는 감격을 금치 못했다. 실상 조조는 마음이 넓은 위인이 아니었다. 더구나 전가로 인해 불에 타죽을 뻔했으므로 내심으로는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수하들이 지켜보고 있는 앞에서 속내를 다 내보일 수가 없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너그럽게 감싸 안아주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복양을 탈환한 후에도 조조의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유엽이 다시 그를 재촉한 것이다.
"여포를 살려둬선 안됩니다. 이번 기회에 후환을 제거해야합니다."
조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복양은 자네가 남아서 지키게."
조조는 수하들을 독려하여 곧바로 정도로 향했다.
정도는 장막, 장초 등이 지키고 있는 곳이었다. 여포는 정도에 도착하여 전열을 점검해 보았으나 여전히 조조와 비교하면 열세를 면치 못하는 규모였다. 그의 심복인 고순, 장요, 장패, 후성 등이 각지로 흩어져 있어 채 합류하지 못했던 것이다.
때문에 그는 조조가 쫓아와 싸움을 걸었으나 보문을 닫아걸고 응하지 않았다. 조조는 할 수 없이 뒤로 물러나 진을 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연이은 출정으로 수하들도 지쳤으므로 휴식이 필요하기도 했다.
며칠 동안 조조가 꿈쩍도 하지 않자 여포는 조심스럽게 보문을 열고 나와 조조의 진영을 염탐해 보았다. 그런데 조조가 진을 친 곳이 그의 마음에 걸렸다. 가까운 곳에 울창한 숲이 있었던 것이다.
'필경 숲에 매복을 해 두었을 것이다.'
그는 다시 보로 돌아와 버렸다. 한편 조조는 여포의 행보를 전해 듣고 떠오르는 것이 있어 군사들을 소집했다.
"여포란 놈은 우리가 숲에 매복을 두었을 것이라 의심할 것이오. 그대들의 생각은 어떤가?"
순욱이 그의 말에 동의했다.
"지형을 미루어 본다면 그런 의심을 품을 만 합니다."
조조의 눈이 빛을 발했다.
"놈의 의심을 역이용할 좋은 기회요. 숲 속에 깃발을 꽂아 매복이 있는 것처럼 위장하고 반대쪽 둔덕 아래 무사들을 배치하는 거요. 그럼 놈은 내일쯤 와서 숲에 불을 지를 것이오. 그 때 둔덕에 숨어있던 무사들이 일제히 공격하면 놈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오."
"묘계(妙計)이옵니다!"
군사들은 탄성을 터뜨렸다. 조조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ㆍㆍㆍ
"더불어 이 곳에 소수의 인원을 남겨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게 하면 놈은 둔덕 아래에 매복이 있는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할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