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기습이다!"
조조의 수하들은 비명을 지르며 무더기로 쓰러졌다. 뿐만 아니라 왼쪽 골목에서는 장요가, 오른쪽에서 장패가 창을 휘두르며 달려왔다. 조조는 그만 눈앞에 캄캄해져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북문을 향해 달아났다.
"이 놈 조조야! 목을 내놓아라!"
돌연 앞쪽으로부터 학맹과 조성이 수백 명의 무사들과 함께 나타나 공격을 가해왔다. 조조는 다시 말머리를 돌려 남문 쪽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이번에는 고순, 후성이 앞을 가로막으며 달려들었다. 그 때였다.
"네 놈들의 목부터 내놓아라!"
조조를 따르던 전위가 천둥 같은 고함을 치며 쌍철극을 휘두르며 달려 나갔다. 전위의 무위(武威)는 대단했다. 쌍철극을 교차시켜 좌우를 번갈아 찔러대며 연신 가공할 초식을 쏟아내자 고순과 후성은 감당하지 못하고 말을 돌리더니 달아나기 시작했다. 전위는 욕설을 퍼부으며 그들을 추격해갔다. 고순과 후성은 그에게 거꾸로 그에게 쫓겨 보문 밖으로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쫓던 전위는 문득 조조가 뒤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놀라 다시 말을 돌려 보문 안으로 돌아왔다. 보중은 적과 아군이 뒤엉킨 채 온통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조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뒈져라!"
"크아악!"
닥치는 대로 적을 죽이며 조조를 찾던 전위의 눈에 저만치서 달려오는 이전의 모습이 보였다.
"주공께서 어디 계신지 아는가?"
이전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고개를 저었다.
"나도 찾는 중이네만 도통 보이질 않네."
전위는 가슴이 철렁하며 다급히 말했다.
"자넨 밖으로 나가 원군을 청해오게. 난 주공을 찾아보겠네!"
전위는 쌍철극을 휘둘러 적을 죽이며 보중 깊이 뚫고 들어갔다. 그러나 조조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다시 보문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다 마침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악진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급히 물었다.
"자네, 주공을 보았는가?"
악진도 온통 초조한 기색이었다.
"나도 두 번이나 보를 드나들며 찾았지만 못 봤네."
"그럼 우리 함께 찾아보세!"
두 사람은 나란히 보문을 향해 달려갔다.
꽝!
돌연 폭음이 울리며 그들 앞에서 무엇인가 터졌다. 그것은 진천뢰(震天雷)라 불리는 화포(火砲)였다. 자욱한 포연과 함께 불길이 확 치솟았다. 그 바람에 말이 놀라 앞발을 번쩍 치켜들며 더 이상 나가려 들지 않았다.
전위는 그만 미칠 것만 같았다. 조조가 자신을 호법으로 지명한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건만 하늘에 맹세한 임무를 저버렸으니 그의 마음은 비통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는 불길을 노려보며 말채찍을 힘껏 휘둘렀다.
"부탁이다. 애마야, 차라리 불길 속에 죽을지언정 주공을 잃을 수는 없지 않느냐!"
히히히힝!
애마에게 주인의 마음이 통했음인가? 힘차게 울음소리를 내던 말이 앞발을 번쩍 들었다가 내리는가 싶더니 불길을 뚫고 달려갔다. 그것을 본 악진도 채찍을 휘둘렀지만 그의 말은 앞으로 나가기는커녕 뒷걸음질만 칠뿐이었다.
한편 조조는 전위가 고순을 쫓아 보문 밖으로 짓쳐 나가는 것을 보았지만 사면으로부터 여포의 무리들이 달려드는 바람에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는 말을 돌려 북문 쪽으로 달렸다. 화살이 빗발치는 가운데 호법인 전위마저 잃은 그는 자신의 몸을 지키기에 급급하며 생로(生路)를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돌연 앞쪽으로부터 광채가 번쩍거리며 눈을 부시게 했다. 그것은 여포가 휘두르는 천극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도광(刀光)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여포가 조조의 수하들을 썩은 짚단 베듯 날려버리며 맹렬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천하제일의 고수 여포의 위용은 가히 한 마리의 맹호를 보는 것과 같았다. 조조는 그만 가슴이 콩알만 해져 황급히 말 등에 고개를 파묻고 말았다.
여포는 단숨에 그가 있는 곳까지 달려오더니 씩 웃었다. 아마도 그를 조조의 졸개쯤으로 본 모양이었다. 그는 장난스럽게 천극도로 조조의 말안장을 툭 치며 물었다.
"이 놈아, 조조는 어디 있느냐?"
조조는 고개를 숙인 채 뒤쪽을 가리켰다.
"저기ㆍㆍㆍ 누런 말을 타고 있는 자입니다."
여포는 휭 하니 그를 스쳐가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쥐새끼 같은 놈!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
조조는 비록 비굴하게 목숨을 건졌지만 기가 막히고 치가 떨리는 것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래도 목숨을 건진 것 만해도 어디인가. 그는 말머리를 돌려 동문을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주공!"
문득 누군가 잔뜩 쉰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돌아보니 온몸을 피를 잔뜩 뒤집어 쓴 전위가 아닌가! 그를 보는 순간 조조는 지옥에서 부처라도 만난 듯한 기분에 자신도 모르게 부르짖었다.
"오오! 전위!"
전위는 말을 몰아 그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비장하게 말했다.
"혈로(血路)를 열겠습니다. 속하를 따라 오십시오!"
전위는 마치 성난 사자와도 같았다. 그의 쌍철극은 무시무시한 경기를 뿜으며 적을 향해 무자비한 살초를 전개했다. 쌍철극이 번뜩일 때마다 오륙 명의 무사들이 사지가 절단되며 날아갔다. 워낙 가공할 기세로 몰아치자 좀처럼 뚫릴 것 같지 않던 포위망이 뚫렸다. 두 사람은 전력으로 달려가 보문 앞에 당도했다. 그러나 보루 전체가 화염에 싸여있어 보문을 통과할 수가 없었다.
앞에는 화염이요, 뒤에는 수백 명의 적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전위는 화염을 노려보며 말했다.
"속하가 길을 열겠습니다. 절 따라오십시오."
조조는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충천하는 화염더미 속을 무슨 수로 뚫는단 말인가? 그러나 목숨조차 도외시하지 않는 전위의 충성심에 그는 용기가 솟아났다.
"자네의 용맹을 영원히 기억하겠네. 아아! 하늘이 이 조조를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필경 살아 나갈 수 있을 걸세."
그의 말은 전위에게 무한한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