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1월 서울경마장에 말레시아의 두 용병 기수 씨씨웡(웡찬췐, Wong Chin Chuen)과 해리카심(모하맛 빈 카심,Mohd A Isisuhairi Bin Kasim)이 당도했을 때만 해도 그다지 큰 기대는 없었다. 용병 숫자를 채우기 위해 잠깐 한국경마에 참여하고 돌아갈 기수로 생각했다. 같은 시기에 부산경마장에 재상륙한 일본 두 기수는 적응 기간도 없이 바로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면서 팬들의 관심이 모아졌으나 그에 비해 데뷔를 준비하는 기간을 길게 갖은 동남아에서 온 두 기수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일본 경주마는 매년 코리아컵에 참여해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만큼 뭔가는 배울 수 있겠다 싶지만 대개의 팬들은 동남아 기수들이 와서야 한국경마에서 오히려 기승술을 한 수 배워 갈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아세아에서는 일본 다음 홍콩을 꼽고 다음은 한국이 아닐까 했는데 의외로 싱가포르 경마장에서 활약했던 말레시아 국적의 두 기수가 지난 3월 데뷔전을 치르면서 날이 갈수록 일본 기수들 못지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서울경마장을 후끈 달구기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아세아에서 잘사는 도시국가이지만 1842년부터 경마를 시행한 나라이고 10년 전부터는 한국경마의 경주 영상을 중계하는 그야말로 오랜 경마 역사를 자랑하며 경마를 온 국민이 사랑하는 나라다. 그곳에서 기수 생활을 하다 서울경마장에 와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던 안토니오 기수가 있다.
싱가포르에서 기수 생활을 했다면 안토니오 기수를 떠올리며 그들에게 조금은 신경을 썼어야 했다. 불행히도 두 기수는 18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싱가포르의 유일한 경마장이 올 10월 5일 문을 닫는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서울경마장으로 왔다. 싱가포르는 말레시아와 이웃한 도시국가로 경마장 부지를 주택부지로 사용하려고 오랜 역사를 지닌 유일한 경마장을 폐장한다. 대신 17개의 장외발매소에는 한국경마를 중계하며 경마장 없이도 경마를 즐길 수 있는 경마 기반을 마련했지만 경마창출자들은 재각기 10월이 되면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 슬픈 일이지만 한국경마도 강 건너 불 보듯 남의 일로 바라볼 수만은 없겠다.
한국경마의 매출액이 매주 하락한다. 지속적 내리막길을 간다면 언젠가는 한국경마는 택지개발을 이유로 문을 닫는 싱가포르 경마와는 달리 적자운영을 이유로 문을 닫을 수 있다. 그 때가 되면 한국기수들도 가야 할 곳을 찾아 어디론가 떠날 수도 있다. 한국마사회가 남의 일 인양 이리 태연작약 한다면 그렇게 안 된다는 보장이 없다. 추세라는 것의 돌진은 아무도 막아설 수 없다는 것을 느껴서 무엇이 한국경마의 매출을 하락시키는지를 원인을 한시 바삐 찾아야 한다.
싱가포르에 한국경마 중계 영상을 팔아 온 지는 10년이 된듯하니 그곳 기수들이라면 한국경마의 구석구석을 이미 꿰고 있었겠다. 같은 파트투 국가로서 서울경마장에서는 STC컵 교류 특별경주도 펼쳐왔다. 씨씨웡이나 해리카심도 코리안드림을 익히 꿈꿨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시 돌아갈 곳이 없게 된 터라 서울경마장에 새롭게 둥지를 틀은 만큼 얼마나 각오가 대단했을까, 어림짐작이 간다. 돌아갈 곳이 없는 두 기수의 각오가 대단해서인지 실제로 3월부터 경주에 투입돼 이제 두 달이 지난 5월 첫 주까지 성적이 예사롭지가 않다. 이미 서울경마장의 모든 마방에서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기수 모두 지난 3, 4월에 이어 지난주까지 국내 최고의 문세영 기수가 겨우 83회 출전 기회를 얻었는데 씨씨웡은 114회를 해리카심은 99회 출전하게 된다.
지난 3, 4월 두 달간 문세영 기수는 최고의 기수답게 20승을 거두며 1위를 고수했지만 19승을 거둔 씨씨웡이 턱밑까지 따라 붙이며 그간 선전했던 국내 기수들을 따돌리고 2위에 올랐다. 물론 해리카심도 10승을 거두어 이혁(12승), 이동하(12승)기수의 뒤를 이어 5위에 오른다. 결국 싱가포르에서 온 두 말레시아 기수가 상위의 한국기수들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에서 데뷔한 지 두 달 만에 두 기수 모두 상위에 링크되면서 문세영 기수의 성적과 대등한 모습을 보이며 기수의 판세 지도를 바꾸어 간다.
이번 주에도 문세영 기수와 씨씨웡 기수가 각각 10마리의 고삐를 잡고 출전한다. 두 기수의 승수에 따라 문세영 기수를 씨씨웡이 넘어선다면 안토니오 기수를 능가하는 기량을 보여줄 수 있겠다. 안토니오 기수에게 최다승을 빼앗겼던 문세영 기수가 그런 악몽을 다시 꾸지 않으려면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한국기수의 자존감을 지켜줘야 한다. 실상 경마팬의 입장에서는 우승하는 기수에게 박수를 보내지 국가 대항 축구처럼 한국기수 문세영을 응원하기보다는 더 맛있는 배당을 내주며 제각기 구입한 마권의 주인공 기수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돌아갈 곳이 없는 절박한 상황의 두 기수가 처절하게 우승을 향해 이국의 경주로를 달릴 때 그 기분을 헤아려 우리 기수들도 우승에 대한 집념을 불태우지 않는다면 팬들의 박수는 다른 곳을 향한다. 우리 기수들이 우승을 못해도 우리 기수라고 팬들은 응원하지 않는다는 냉엄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그들이 기승 기회를 많이 얻어갈수록 우리 기수들의 기회는 자꾸 줄어들게 되는데 이를 탓하기 전에 매 경주 임하는 자세를 곧추 세워야겠다. 한국마사회도 매주 떨어지는 매출을 막으려면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 한다. 6월 전면 시행될 온라인 경마 전에 무언가 탈출의 대책을 세워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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